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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이, 그 교회가 어떻게 나를 스판서하게 되었는가를 얘기할 순서인 것 같다. 이 일은 생각할 수록 은혜롭다. 왜냐하면 이 일을 통해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예비의 역사를 볼 수 있고, 또 하나님께서 그의 진리의 교회를 통해서 이루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목도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신학교육을 모두 마치고 졸업하기 얼마 전에 H1-B비자를 신청했지만 거절되었었다. 비자를 스판서 해줄 뿐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평생을 같이 일하자고 했던 미시시피 옥스포드의 갈보리 힐 처치 어브 크라이스트(church of Christ, 이하 교회)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당장 없었다. 남은 옵션은 종교비자를 신청하는 것인데, 그 교회는 그럴 수 있는 법적인 요건을 당시 갖추고 있지 않았었던 것이다. 그것은 세무서(IRS)로부터 받은 비영리법인 인증서(501C3)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사실을 알자마자 신청했었지만, 당시 1년 가까이 감감무소식이었다 (그것은 현재 스판서를 하고 있는 교회가 나타난 후인 2014년 초에야 발급되었다). 그렇게 스판서할 교회를 못찾아 안타까워 하고 있을 때에 한국인 미니스트리에 관심이 있을 만한 10여 교회에 무작위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냈던 것이다. 2013년 9월이었다.   

   

그 편지들 중 하나를 받았을 때 그 교회는 3년 째 한가지 기도제목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 목회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교회에서 일할 수 있는 한국인 목회자를 만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Churches of Christ는 비교단 독립교회들이다. 각 교회들이 장로들의 리더쉽 아래 성경만을 기준으로 운영된다. 바로 이웃 동네에 교회가 있어도 교회 운영에 관한 한 서로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사람으로 치면 친형제간 못지 않게 서로 신뢰한다. 그런 처치 어브 크라이스트 교인들이 힘을 합해 만든 대학들은 미국에 10개도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 내가 목회학 석사를 마친 프리드하드만은 현재까지도 가장 많은 교회들로부터 가장 인정받고 존중받는 학교다. 많은 학교들이 적잖이 자유주의와 세상적 아이디어들을 성경적인 것처럼 가르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성경적이고 영적인 데 중심을 두는 현재의 교회에서 그 학교에서 공부를 한 사람을 선호했을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가 그 학교에 가기 전부터 졸업할 때까지 약 5년간 그 학교에서 성경을 전공한 한국 유학생들은 모두 4명이었다 (그뒤로는 정확히 모르지만 거의 없었던 것같다). 3명은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는 3년째 한국인 미니스터를 만나기 위해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단지, 도라빌에 한국인들이 좀 사는 것 같아서 그들을 선교하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다. 

 

그 이유가 바로 하나님의 역사이다. 이야기는 그 때로부터 십이삼 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교회의 멤버였던 자매가 있었다. 그녀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점점 교회와 거기가 멀어졌고 급기야 교회에 나오지 않기에 이르렀다. 1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뒤 그녀가 다시 교회에 나타났다. 당연히 나이는 더 들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있었는데 그것은 암환자가 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담임 목사이자 장로의 한 사람인 마이크와 성경공부를 원했다. 마이크! 마이크는 그런 크리스챤이다. 영적인 갈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천리라도 한 달음에 달려가 성경을 같이 공부하고 영적으로 섬길 그런 하나님이 내리신 사랑으로 진리를 전하는 종이다. 마이크와의 성경공부를 통해서 그녀가 영적으로 회복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영적으로 회복된 그녀는 세례도 다시 받았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연악하도다”라고 하신 것과 같이 영은 회복되었으나 몸에 이미 난 암이라는 상처는 되돌릴 수 없었다. 주님의 교회에서의 3년 정도의 행복한 삶을 마칠 때가 되었다. 그녀는 교회로부터 멀어지면서까지 일을 해서 모은 재산을 교회에 헌금했다. 한 가지 부탁과 함께—“한국인 미니스트리를 위해서 써달라.”    

 

왜 그분이 한국인 미니스트리를 해 주기를 바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분이 도네이션한 펀드가 없었다면, 재정이 그리 크지 않은 이 교회에서 풀타임 한국인 목회자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교회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교회는 재정적으로 “주님을 위해 일하니 조금만 받고 봉사해달라”거나 “신분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조금만 받고 일해라”는 식으로 하지 않았다. 영주권 신청은 장로님들이 나보다 더 서두르신다. 월급은 우리 가족의 생활비를 기준으로 책정해서 줄 뿐 아니라, 연말에는 연말휴가를 보낼 수 있을 정도의 보너스도 준다. 지난 여름에 한웅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는 학비도 상당히 지원해 주었다. 주 40시간을 넘어서 일하는 듯하면 가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은근한 ‘경고’를 주는 그런 분들이다. 

 

어떤 분들은 “미국교회니까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미국 교회라고 다 그렇지 않다. 성경적인 교회가 아닌 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디모데전서 3장15절에 의하면 하나님의 집인 교회는 진리의 기둥이요 터다. 세상이 갖지 못한 진리가 있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 교회가 (나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이렇게 하는 것은 진리를 지켜 행하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진리를 지켜 행하지 않는 교회였다면? 그 자매가 다시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마이크와 성경공부를 통해서 영적으로 회복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자신이 애써 모은 재산을 도네이션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도네이션했다 하더라도 그 돈을 그 사람이 원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썼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 교회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다른 곳으로 가 있었을 게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이 교회가 우리 가족의 비자를 스판서하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이 교회를 진리의 기둥이요 터로 예비하셨기 때문이다. 어디 이런 교회가 하루 아침에 세워질 수 있는 것이던가?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내가 미국에 오기 전부터,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니 어쩌면 이 세상이 지어지기 전부터 예비하신 것이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반추4 예비하시는 하나님.pdf

 

금주의 설교: "끝까지 참으라" 야고보서 5장 7-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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