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첫만남: We will take care of you anyway!
스판서 교회와 처음 만남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이 시작인 그 만남을 사탄이 방해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먼저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미국 교회는 한 번도 외국인을 고용해 보지 않았기에 비자가 필요하다는 것 이상 더 자세한 것을 몰랐다. 변호사도 내게 선임하라고 일임했다, 모든 비용은 교회에서 제공했지만. 멤피스의 처치 어브 크라이스트 멤버인 에릭에게 연락했다. 이전에 H1b 비자가 거절된 후에 어필을 해야 하나를 알아보다가 알게 된 형제다. 처음 그의 사무실에 갔을 때 대학 캠퍼스 선교사셨던 글렌을 만났는데 그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에릭은 얼마가 드는 지도 말해주지 않고 내가 원하면 무료로 담당해 주겠다고 선뜻 후원의 뜻을 비쳤다. 다만 자기는 종교비자는 다루어 보지 않아서 좀 알아보면서 해야 한다는 것과 한달에 천 건 정도의 일을 하다보니 자기가 바쁜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스판서 교회에 부담도 덜어줄 겸 에릭에게 부탁을 했다.
서류를 준비하던 어느 날 교회에서 이메일이 왔다. 어떻게 전도를 할 건지 계획을 말해달하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서의 그런 질문이 불쾌하게 받아들여졌다. 일도 시작하기 전인데 숫자부터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서 어떻게 전도를 해야 하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라 오해를 했던 것이다. 더구나 그 교회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성과주의에 빠져있는 교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해가 더 커져갔다. 급기야 내 오해가 사실로 느끼면서 이메일에 답장을 했다: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기회가 되는 대로 한국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그 결과는 하나님께 맡길 일이라는 것뿐이다. 나는 그 이상을 개런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 이상을 원하는 게 있다면 이쯤에서 스폰서 얘기는 없었던 일로 하자.”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는 비자가 안 되는 한이 있어도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내 대답은 확고했다.
이메일을 보내고 몇 일 동안 연락이 없었다. ‘결국 안 되는 것이었구나’ 하고 실망하고 서류 준비도 멈췄다. 그러다 마이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만나보지 않았던 때라 전화받기도 불편했다. 어쨌든 내 뜻을 분명히 전하기는 해야했기에 전화를 받았다. 인사말 뒤에 마이크의 농담조의 첫마디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What’s wrong with you?” 나는 다시 내 생각을 설명했다. 조용한 목소리로 마이크는 조근조근 자신들의 선교에 대한 생각을 설명했다.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런 이메일을 보냈냐고 물었다. 마이크는 단지 내가 한인 선교에 대해 어떤 계획이나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는지를 물은 것이었지 어떻게 숫자를 늘릴 건지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몹시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스키죠프레니아(Schizophrenia)와 같은 현상이었던 것이다—수입없이 8년을 살다 보니 생긴 예민함 때문이기도 했고. 내가 그렇게 해석을 한 것이지 상대방이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었다. 오해를 사과하는 내게 마이크는 계속 서류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내 그런 잘못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회를 주는 것에 감사했다. 전화를 끊고 이메일을 다시 읽어보니 마이크의 말이 맞았다. 그제서야 내 자신의 오해에 한숨이 나왔다. 하마터면 그렇게 어렵게 얻은 기회를 얼토당토 않은 내 예민함 때문에 사탄에게 속아 놓칠 뻔했던 것이다.
마이크로부터 교회로 한 번 올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당연히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디서 묵을 거냐고 물었다. 괜찮다면 마이크의 집에서 머물러도 된다고 했다. 우리가 아쉽고 황송한 입장에서 잠자리까지 신세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도라빌 근처의 싼 호텔을 그것도 호텔스닷컴에 쌓인 리워드 포인트로 예약했다. 7년 반의 유학생 생활로 몸에 베어서 하루 한두끼 정도는 호텔에서 컵라면을 끓여먹는 등 식비도 아낄 것이었다. 몇 일 후에 마이크가 다시 연락을 해서 오면 저녁 예배에 설교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그 교회와의 첫만남의 날이 되었다.
주일 오전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건물이 상당히 컸다. 노아의 방주가 산 중턱에 걸쳐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마이크는 미국 맥도날드 농장의 농부같이 푸근한 인상을 가진 덩치 큰 사람이었다. 반면 와이프 즈닌(Janine)은 인자하고 편안한 미소를 가진 아름다운 부인이었다. 즈닌이 준비한 점심을 그들 집에 가서 먹고 장로들과 식탁에 둘러 앉아 미팅을 했다. 월급을 정할 때였다. 금액을 제시하며 그 정도면 생활하는 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우리 가족의 한달 실생활비와 거의 같은 금액이었다. 큰 두 아들들이 코끼리 같이 먹다 보니 식비가 만만치 않았었다. 렌트비와 식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니 렌트비만 당시 우리가 내던 1200불 정도의 집을 구할 수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재무담당자인 조지와 마이크가 갸우뚱했다. 그 가격의 렌트를 여기서 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 때 짐 장로가 나섰다. 그는 장로 중 연장자이기도 했지만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키는 185정도 되는데 몸집도 어마어마하다. 목소리는 우렁우렁한 천둥소리 같다. 마이크와 조지의 의견을 듣고 있더니 말했다: “That’s okay. We will take care of you anyway.” 마이크와 조지를 번갈아 보면서 “Oaky?” 하자 둘 다 “Okay” 하며 넘어갔다. 그렇게 고용계약서에 사인이 되었다. 짐이 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비자를 승인받고 이곳으로 이사를 올 때까지 분명히 알 수 없었다. 방 세개짜리 1200불짜리 렌트를 구할 수 없었다. 그 때 교회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타운 홈을 갑자기 산 것이다. 그리고, 전기세 등 모든 것을 포함해서 딱 그 만큼을 지불하고 사택으로 살게 해 주었던 것이다.
저녁 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미시시피로 출발하기 전이었다. 조지가 차종이 뭐냐고 물었다. '뭐 그런 걸 묻지?' 하고 생각했다. 잠시 후 자기 사무실에 갔다와서 봉투를 주었다. 설교 사례와 여행경비라고 했다. 빠듯한 학생 살림인지라 얼마라도 고마운 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꺼내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한다. “이거 뭐야?” 750불 짜리 수표였다. 나중에 잘 못 준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여관비, 밥값, 기름값은 물론 자동차 감가상각비까지 포함한 금액이란다. '아하, 그래서 차종을 물어본 것이었구나" 하며 그분들의 세심함과 정직함에 놀랐다.
교회 분들의 따뜻함과 친절함 그리고 정직함까지 모든 것이 은혜롭고 감동스러웠다. 이 감동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그분들을 알면 알 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교회를 성과주의에 물든 속물교회로 오해해서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박찰 뻔했으니 나의 경솔함과 사탄의 교묘함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한편 안도와 한편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의 눈물이 난다.
금주의 설교 보기/듣기: 참된 믿음, 고난을 무릅쓰는 믿음 (야고보서 5장10절)
-
15호--벼랑의 끝에서 하나님을 믿다
NOID, notice of intent of denial (거절의사통지)! 종교비자를 신청한 후 거의 스물세 달을 기다린 후에 받은 것이다. 한웅이는 주니어였고, 한빛이는 중3이었다. 아이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눈앞이 컴컴했다. 마음 속에 밀려오는 좌절감은 마치 스폰지로 된 ...Date2018.03.20 Reply2 Views460 -
14호--Grill Party
미국에 오기 몇 년 전, 처사촌 중에 한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 아이들에게 고기라도 많이 먹여 보겠다는 생각으로 중국으로 이민을 갔던 사람이 있다. 결국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거기 살면서 우선 잘 먹이기라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는데, 그 ...Date2018.03.13 Reply0 Views399 -
13호--미숙아였던 한빛이
부모가 어려움을 겪을 때 아이들도 직간접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한 환경이 아이들의 성장에 주는 영향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그 영향이란 마치 새하얀 광목 천에 먹물을 엎지른 듯이 그 영혼에 그대로 스며드는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이 여리고 순수...Date2018.03.05 Reply0 Views425 -
12호--Don't be upset
정이라는 우리 말에 해당하는 개념의 영어 단어가 없듯이 영어의 upset에 해당하는 우리 말 단어도 없는 것같다. 화난 상태, 또는 예민한 상태 등을 가지고 비슷하게 설명을 할 수 있어도 ‘아하’ 하게 하는 그런 딱 맞는 단어를 아직 생각해 내지...Date2018.02.26 Reply0 Views400 -
11호--아내, 더 약한 그릇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사모’(목회자의 아내)는 직분은 아니지만 그 어떤 다른 직분보다도 더 감당하기 힘든 것”이라고. 맞는 말인 것 같다. 목회자와의 관계 때문에 목회자의 아내는 목회자가 감당하는 것을 고스란히 같이 감...Date2018.02.18 Reply2 Views507 -
10호--하나님의 뜻 vs 내 바램
드라마는 인생의 선생이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은 몰입한 시청자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야기의 전체를 보는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은 각각이 처한 상황에 맞게 살기 때문이다. 어려서 잃어버린 자식을 20여 년 동안 애타게...Date2018.02.10 Reply0 Views410 -
9호--첫 열매 한웅이
큰 아들 한웅이는 우리 부부의 인생의 증거이자 첫 열매다. 우리 부부의 21년의 삶 중에 20년을 함께 한 첫 아들. 우리의 기나긴 기다림의 구비구비에는 언제나 한웅이가 함께 있었다. 기쁨과 아픔을 같이 했기에 한웅이라는 이름만 생각해도 가슴이 저릿하다...Date2018.02.04 Reply2 Views431 -
8호--올미스
하나님의 길은 다 헤아릴 지혜가 없다 (로마서11:33b). 하나님께 순종하는 사람들의 인생에는, 당시에는 왜 그 길을 가야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데 지나서 뒤돌아 보면 하나님의 세심한 인도였음을 보고 놀라고 감사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이렇게 보면, ...Date2018.01.29 Reply0 Views437 -
7호--고마운 사람들
사람은 혼자 못산다. 관계를 통해서 산다. 물질적으로도 그렇지만,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맺어진 영적인 관계가 교회이고 (요한일서1:3), 그 사람들이 세상에서 나누어야 하는 것이 형제, 이웃의 사랑이다 (요한복음13:34). 그 영적 ...Date2018.01.20 Reply0 Views36298 -
6호--첫만남: We will take care of you anyway!
스판서 교회와 처음 만남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이 시작인 그 만남을 사탄이 방해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먼저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미국 교회는 한 번도 외국인을 고용해 보지 않았기에 비자가 필요하다는 것 이상 더 자세한 것을...Date2018.01.14 Reply0 Views384 -
5호--Calvary Hill church of Christ
본래는 지금의 교회가 아니라 갈보리 힐 교회에서 일을 할 줄 알았었다. 그 교회에서 신청한 H비자가 거절되지 않았거나, 그 교회가 501C3인증을 IRS로부터 조금만 더 일찍 발급받았더라면 그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게다. 지금의 교회가 제출할 종...Date2018.01.07 Reply0 Views250 -
4호 --예비하시는 하나님
이 쯤이, 그 교회가 어떻게 나를 스판서하게 되었는가를 얘기할 순서인 것 같다. 이 일은 생각할 수록 은혜롭다. 왜냐하면 이 일을 통해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예비의 역사를 볼 수 있고, 또 하나님께서 그의 진리의 교회를 통해서 이루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Date2018.01.01 Reply0 Views343 -
3호 --가만히 있으라
미국에 온 뒤 빈번히 나를 괴롭히는 상상이 있었다. 부모를 잃은 한웅이와 한빛이가 보인다. 한빛이는 아직 유치원생 정도고 한웅이는 초등학교 2-3학년 쯤이다. 한웅이가 한빛이를 데리고 다니며 돌본다. 한웅이는 어른스럽게 상황을 이겨나가고 얌전한 한빛...Date2018.01.01 Reply0 Views355 -
2호 --우연, 필연의 한 조각
하나님의 나라에 우연은 없다. 사람의 눈에는 우연처럼 보이는 일들이 많지만 먼 훗날 뒤를 돌아보면 그 우연처럼 보이던 일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 냈음을 보게 된다. 화들짝 놀란다. 그 중 단 한 가지도 우연이 아니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Date2018.01.01 Reply0 Views330 -
1호 --기다림의 시작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기다림이 아닐까? 주문한 물건이 배달되기를 기다리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히 주문을 했고 값을 지불했고 배달일이 있으니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것은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다. 하물며, 어...Date2018.01.01 Reply0 Views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