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터넷 중독, 약물 중독--아이들을 삼키는 두 세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 미국에 왔는데 자녀들의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인 가정의 행복마저도 꿈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가정들이 적지 않다. 이 지역에서 10수 년간 청소년문제 상담 봉사를 했던 한 원로의 말에 의하면 아틀란타 한인 가정들 중에 어떤 형태든 자녀-부모의 관계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 가정이 없다고 할 정도란다. 아틀란타 한인 사회가 청소년, 자녀-부모 간의 갈등 및 신-구세대 간의 괴리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드러내기를 꺼려하고 또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 문제는 고름이 가득해진 농양과 같은 상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원인과 이유를 알아야 한다. 치유와 회복은 물론 악회의 방지와 예방을 위해서다.
우리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가?
청소년은 스프링에 비유할 수 있다. 누르면 눌리지만 반드시 다시 펴져야 한다. 누르고 있는 힘이 약해질 때는 폭발적으로 펴지기도 한다.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부모들에 대해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한마디로 “노엽게 하지 말라”고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심리를 스프링에 비유해 이해하면서도 우리 가정이 현재 그리고 미국사회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눌린 스프링이 어떻게 어디로 튈 것인가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을 밀어넣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들 세대는 체벌을 비롯한 엄격하고 혹독한 훈육 방식이 일반적인 가정 및 학교 교육 환경에서 자랐다. “엄한 부모 밑에 효자 난다”는 말이 우리가 자랐던 환경의 교육 철학을 말해 준다. 그때는 핀잔듣고, 혼나고, 심지어 두들겨 맞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도 우리는 갈 데가 없었다. 기껏해야 몇일 가출인데, 가출이라고 해서 가는 곳이 고작 이웃동네 친구집이거나 도시에 사는 애들은 만화방이었다. 그런 것도 아니면 들판으로 산으로 정신없이 뛰어 다니다가 기운이 빠지고 허기가 지면 하릴없이 막대기 하나 손에 들고 땅에 직직 끄시며 해질 무렵 겸연쩍게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머니는 아버지 눈치를 보며 밥을 차려주고 아버지는 못본 체 넘어갔다.
아이들을 삼키는 두개의 어두운 세계
지금 우리 자녀들은 근본적으로 우리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다. 그들이 폭발할 때 뛰쳐 들어갈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세계가 떡 하고 아가리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들어오라고 현혹하고 있다. 그 세계의 하나는 사이버 세계 즉,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 등이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주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환각의 세계 즉, 각종 중독 및 신경흥분제 성분이 들어있는 약물들이 그 복용자들을 빠뜨리는 세계다. 이 두 세계는 거기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인생을 파멸시키는 악의 세계이고, 그들의 삶에서 빛을 앗아가버리는 어둠의 세계다. 더우기 그들은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빨아들이는 늪이고 생지옥이다.
사이버 세계
뉴질랜드의 어느 상담교사에 따르면 자신의 상담 케이스 중에 80%가 인터넷 중독이라고 한다. 그런 아이들은 점차 학교를 싫어하게 되고 결국 학교를 장기적으로 가지 않고 세상으로 나오지 않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스마트폰 및 게임기 등을 통해서 사이버 세계에서 점점 깊숙히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그 ‘신세계’에서의 칩거와 은둔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십수년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계속되기도 한다. 이 세계에 빠지는 아이들에게 그 세계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이 세상에서는 열등하고 패배자인데, 그 세계에서는 우수하고 탁월하며 승리자 나아가서 최고가 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의 자신과 사이버 세계에서의 자신의 차이가 크면 클 수록 그들은 더욱 더 깊이 그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환각의 세계
미국 어느 대학의 발표에 의하면 졸업반 학생들 반 이상이 ‘스마트 드럭’ 혹은 ‘스터디 버디’라는 별명을 가진 애더럴(Adderall)이라는 약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있다. 미국의 의대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약을 상습적으로 남용한다고 보도된 적도 있다. 도서관이 그약의 불법적 거래장소다. 그 약 복용자들은 10시간씩 잡념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두뇌기능을 강화해 준다고 믿는다. 단기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육체를 망가뜨리고 정상적 뇌기능을 파괴한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이렇듯 약물로 인한 환각의 세계는 우리 아이들 가까이에서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다. 2000년 한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한인 10대들 중 90%가 마리화나를 해 본 경험이 있고 약 70%가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마약중독자의 90% 이상이 사춘기 때에 마약을 처음 접한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부모---아이들을 그 세계들로 밀어넣는 가장 가깝고 강력한 힘
그 두 세계의 존재 자체만으로는 위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 두 세계가 이민 사회에 위기를 만드는 것은 아이들을 그 세계로 밀어넣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것은 부모들이다. 연구의 결과들에 의하면 부모들이 생업에 바빠 자녀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은 주지 않고 방치하면서, 지나치게 간섭을 하고 높은 기준의 성취를 종용할 때 아이들은 쉽게 그 두 세계로 숨어 들어간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부모님이 눌러도 튀는 곳이 친구집, 만화방 혹은 들판처럼 무섭고 악한 곳이 아니었는데, 요즘 청소년들이 튈 곳은 악하고 어둡고 지옥과 같은 늪이다. 그리고 그 세계들은 이민사회 청소년들에게 너무나 가깝고 좋은 곳에 있다--자기 방 안에, 자기 손 안에, 학교에, 심지어 교회에.
우리 부모가 우리를 훈육했던 방식 그대로 아이들을 훈육하려 해서는 안 된다. 미국사회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잘 되어서 나를 공부시키시는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지 않는다. 간혹가다 자발적으로 그런 마음을 갖는 아이들은 몇몇 있을 수 있지만, 부모가 종용 또는 요구해서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아이들은 없다. “내가 너만할 때는 …”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 “나중에 의사/변호사가 되어서 …” “나중에 돈 벌어서 …” 등의 말은 부모로서 아이들을 훈육하는 말이 아니라, 어둠의 대변자로 그 두 세계로 아이들을 밀어넣는 악일 수 있다. 그런 말 몇 마디 때문에 애들이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적 합리주의 사고를 가지고 자라는 순진한 아이들에게 그런 말은 수십톤의 시멘트 덩어리같이 무거울 수 있다. 바빠서 진정한 관심은 주지 못하면서 사사껀껀 강요 혹은 간섭만 하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세상적 욕심은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일 수 있다. 그런 무게를 받는 아이들은 견디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세계에 주저 앉거나, 그런 기대를 하는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보란듯이 그 세계에 자신을 던져 버릴 수 있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잃는다!
예방책은 간단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발견하여 할 수 있도록 자율적 가정교육환겨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아이들을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양육하기에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다 잘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부모가 깨인다면 얼마든지 아이들을 그렇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말이다. 그 첫걸음으로 오늘부터 아이들에 대한 세상적 욕심과 속물적인 기대를 버리자. 아이들을 인격체로 바라보고 아이들을 자신의 생각대로 ‘만들’ 수 있는 로봇이나 조각품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아이들에게 말하는 말투도 바꾸자--직설법에서 권유법으로, 명령형에서 의문형으로. 이것이 결국 그 아이들을 잃지 않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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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녀의 인생에 돌을 놓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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